아내랑 결혼식장에서, 큰 자형에게 자동차 계약서를 넘겨주고는 신혼여행 다녀와서 자동차를 인수해서부터이니, 우리가족이 생기는 시점부터 한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내는 그 차 안에서 아를 가진 몸으로도 운전을 하고, 장원이를 낳고는 카시트에 앉히고 또 부지런히 다녔고,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10년은 채우겠거니 한 차가, 이번 설날 많이 내린 눈 때문에, 다소 어이없긴 하지만 4륜 차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커브길에서 미끌어지는 사고가 났다.
우리 가족이야 전혀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사실 차도 대파가 되었다기보다는 운전석쪽 도어가 찌글어지고 탑도 찌글어지고 여러군데 충돌의 흔적으로 중고가(요즈 시세가 말이 아니라 320만원이면 많이 받는단다)에 필적하는 305만원이 나와 버렸다. 불행히도 우리는 자차 보험을 들지 않았고, 고친다고 한들 타이어 4짝, 기타 수리할 곳을 이래 저래 합치면 사고 부분 아니라도 추가로 100만원이나 들어가니... 폐차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폐차를 함에도, 다행인지 고철값으로 80만원, 그리고 정부의 경유차 조기폐차지원금으로 100만원, 그러니까 180만원을 건진 셈이다.
이렇듯, 우리 가족과 시작하고서는.. 떠나면서도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고 가는 차를 이제서는 볼 수 없다. 아내가 폐차를 하기로 한 전 날, 밤 12시에 퇴근하면서도 그 다음날이면 볼 수 없는 차를 보기 위해서 지하주차장을 찾아 헤맸지만 차는 없었다. 아내가 공업사에서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겐 충남 연기군에서 사고난 차를 유리창이 깨진채 견인비를 아끼기 위해서 찬바람 쐬면서 덕소까지 끌고온, 그리고 공업사에 갔다가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설날 다음날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한동안 큰 아이와 둘째는 이전의 진홍색 코란도가 아닌 은색의 새차를 보면 피하는 날들이 며칠 되었다.